언제부턴가 하버 플라자 홍콩이 한국인 여행자들, 정확히는 민박집과 초특급 호텔 사이의 중급여행자들에게 메카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솔직히 조사를 하는 입장에서 하버 플라자는 좀 어정쩡했다.

호텔이 혼자 뚝 떨어진 탓에 홍함까지 왔다 가는 거리가 은근히 만만치 않았고, 다음 약속이 홍콩섬이라면 더했다.

분명 이 곳은 저렴했고, 시설에 비하면 아주 훌륭한 조건이었지만, 내게는 애매한 거리가 늘 마뜩치 않았다.

부끄럽지만, 어쩌면 이런 부분들이 가이드북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후 이 집에 머물일이 있었는데, 2-3시간 조사를 하면서 둘러본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집의 위치는 내가 시간단위를 쪼개가며 일을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웠을 뿐이라는 것.

숙박자나 여행자로서 이 호텔은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던 점이 많았다.

이 때문에, 페닌슐라나 샹그릴라가 홍콩 호텔 순례기의 1호가 아닌, 하버 플라자 홍콩이 되었다.

하버 플라자는 홍함에 있다.

홍함? 홍콩이 낮선 여행자들은 홍콩섬이야? 카우룽반도야 라고 먼저 물을 텐데.

홍함은 카우룽반도의 끄트머리인 찜사쪼이에서 동쪽으로 3km 떨어진 지역의 이름이다.

상업가인 찜사쪼이와는 달리 주택가에 가까운 곳으로 아파트 단지와 단지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쇼핑-엔터테인먼트 단지인 왐포아 가든이 있다.

하버 플라자 홍콩은 홍함의 끄트머리, 바다를 마주보고 우뚝 자리를 잡고 있다.


첫 인상은 거대함이다.

홍콩이라는 동네, 땅값이 원채 비싼곳이다 보니 고층빌딩이 일찌기 발달한 곳이다.

이런 탓에 호텔도 옆으로 퍼져있다기 보다는 위로 솟아 있다.

홍콩 제일의 호텔중 하나인 샹그릴라 아일랜드나 포시즌, JW 매리어트등이 모두 50층이 넘는다.

이런 스타일은 고급호텔뿐이 아니다. 4성급으로 분류되는 파노라마는 너무 가늘고 높은 탓에 위태로운 느낌이고,

유명한 부띠끄 호텔또한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하버 플라자는 홍콩에서는 정말 보기드문, 옆으로 퍼진 육중한 스타일이다.

육중한 호텔문앞에는 터번을 두른 덩치 좋은 인도인이 밝게 웃으며 문지기역활을 하고 있었다.

이런 터번의 복장은 인도에서도 시크교라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복장인데, 영국 식민지를 경험한 나라의 고급호텔에서는 의외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인도 여행경험이 있는 내가 친절히 힌디어(인도의 국어)로 너 시크교도니라고 묻자 당황한 얼굴로,

실은 자기는 힌두교를 믿으며 그냥 복장만 이렇게 했을 뿐이라고 대답한다.

전형적인 동아시안의 얼굴로 인도말을 하는게 이상했나보다.


로비는 홍콩에서도 손꼽힐만한 수준이다.

여러모로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전설적인(!) 로비를 연상케 하는 모드.

단지 다른 점이라면 정면의 홍콩섬 풍경이 인터컨티넨탈 호텔에 비해 떨어진 뿐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그간 보아온 홍콩의 초특급 호텔과 비교해서 손색이 없다. 화창한 날이라면 자연 채광의 통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볕 그 자체가 온몸을 나른하게 만든다.


로비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계단이다.

로비가 훌륭하다보니 일부 홍콩의 부자들이 자식들의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로비 전체를 빌릴때가 있다고 한다.

그럴때 신부가 저 계단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내려온다고....

간간히 영화나 드라마 촬영 무대로도 쓰인다고 하는데, 여성 여행자들은 확실히 좋아한다.

실제로 밟고 내려온 소감을 말한다면, 결혼 행진곡 음악을 아주 길게 연주하지 않는 한, 음악에 맞춰 내려오기 힘들 정도로 길다는 것과,

행여나 드레스끝이라고 밟고 저기서 구른다면....어흑..어떤 기분일까라는 엽기적인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내가 그렇지 뭐. --;;)

자. 객실로 떠나볼까?


객실은 첫인상은 넓다. 넓다. 넓다에 가깝다.

홍콩 숙소들을 다닐때, 가장 짜증나는(?) 점이라면 객실 크기다.

원채 땅값이 비싼 동네다보니, 정말 오밀조밀, 세밀하게도 구분을 지어놨다.

그러다보니 방이 정말 좁다.

사이즈로만 따진다면 80년대쯤 지은 좀 오래된 한국의 모텔만한 방들이 수두룩하다.

이러다보니 조사를 할때도 일반룸은 아예 보여주지도 않는 숙소들이 많다.

하버 플라자 홍콩이 가진 최고의 미덕중 하나는 널찍한 방이다.


객실을 통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정도 가격대에서는 거의 유일 무이하다.

바다로난 창은 대부분 남향과 동향이다. 동향의 경우는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늦잠을 자려는 여행자들에게는 커튼을

치지 않으면 눈이 부시다는 엄연한 단점도 공존한다.

방의 등급을 한단계 올리면 객실도 더 넓어진다.

이 방은 클럽룸인데, 당연히 이 방에 투숙하는 경우 클럽 라운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혹시나 사진을 보고 안쪽 침대의 침대보가 왜 구겨졌는지에 대해서 의심을 한다면, 눈썰미 인증한다.

내 호텔 조사시 버릇중 하난데, 침실에 한번 누워보는 편이다. --;

어떤 가이드북도 식당의 경우는 다 먹어볼 수 있지만, 숙소에서 모두 투숙해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침대에는 호텔의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저가 매트리스의 통통 튀면서 몸을 자극하는 매트 스프링과 최고급 호텔의 온몸을 감싸주는 듯한 매트리스는 전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특히 인도쪽을 같이 쓰다보니, 눈으로 보이는 화려함에 대한 의심이 많은 편 되겠다.

그러다보니 숙소 조사를 하면서 벌러덩 눕는 습관이 생겼다.(어쨋건 이 것도 조사의 일환이다.)

험상궂은 인상탓에, 특히 대부분 나를 안내하는 여성 매니저들은 아주아주 곤란해 한다.(물론 양해는 구한다. 벌렁 눕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서 --;)

하여간, 그러다 보니 안쪽 침대의 침대보가 저 모냥 되겠다. 저런식으로 손님을 받진 않으니 오해하지 말도록 하자.


클럽룸과 함께 따라오는(?) 클럽 라운지 되겠다.


부설 피트니스 센터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러닝머신들이 바다쪽을 향해 설치된 것이 인상적이다.

함께 설치된 LCD를 통해 위성 채널을 보면서 뛸 수 있다.


하버 플라자 홍콩의 자랑거리중 하나인 루프탑 수영장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눈높이의 착시로 인해(차경이라고 하는 중국 정원 기법이다.) 수영장이 저 바다건너 빅토리아 해협과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보는 각도에 따라 홍콩섬의 마천루까지 수영장이 이어졌다는 착시도 가능할 정도다.

무엇보다 하버 플라자 홍콩의 수영장은 벽이 통유리로 돼있다.

무슨 말이냐면,


이런 식이다.

행여나 수영 못하는 커플이 있다면 울지 않아도 된다.

한명이 수영할때, 이 통유리를 통해 연인의 유영하는 모습을 황홀하게 감상할 수 있다. ㄷ ㄷ ㄷ

참고로 하버 플라자 홍콩은 꽤 많은 한국 드라마에도 단골등장했던 곳중 하난데,

이 호텔이 드라마팀에게 가장 크게 어필한 부분도 바로 이 수영장 이었다고.

비밀은 구조상 수중 카메라가 없어도 수중신을 찍을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자! 화제를 바꿔보자.

호텔을 소개하는 첫마디가 이 집의 어정쩡한 위치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사만 할때는 묘하게 계륵갔았는데, 막상 머물러 보니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는.

거기에 톡톡히 한 몫을 하는게 셔틀버스다.

버스는 호텔과 찜사쪼이의 페닌슐라 호텔 서쪽면사이를 운행한다.

이 위치가 상당히 절묘한데, 스타 페리를 타고 홍콩섬에서 찜사쪼이로 건너온 후, 도보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

버스는 출발 5분전쯤 미리 도착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아주 못 맞추지 않는한 길거리에 오래 서있지 않아도 된다.

특히 하버 플라자 홍콩에 몇일 머물면서 나는 이 버스를 사랑하게 되었다.

버스는 페닌슐라 호텔을 출발해 카우롱 센터에 잠시 정차하고는 해변도로를 따라 홍함으로 향한다.

반드시 오른쪽 창가에 앉아라.창밖으로 홍콩섬의 마천루들

투IFC~홍콩 컨벤션 센터까지 이어진 홍콩의 하일라이트들이 여행의 피로와 함께 연기처럼 두둥실 떠내려간다.

이틀째부터는 몇분의 이 짧은 시간동안 듣기위한 MP3 곡목록을 미리 세팅해놨었다.

잊지 말자. 반드시 오른쪽 창가에 앉아야 한다. 피로에 절어 무거워진 머리를 창가에 기대고 흐르는 풍경을 따라 함께 흘러보자.


웬 배냐고?

하버 플라자 홍콩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쇼핑 센터인 왐포아 가든이다.

이 배를 중심으로 쇼핑센터가 모여있다. 당연히 식당과 멀티 플렉스 같은 극장들이 부속으로 따라붙어 있다.

왐포아 가든은 하버 플라자 홍콩에 머물 예정이라면 상당히 중요한 공간이다.

아침이 포함된 경우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많은 경제적인 여행자들은 아침을 제외하고 숙박만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찜사쪼이쪽이 이 경우 상당히 유리한게, 호텔밖을 나서면 어디나 식당을 만날 수 있기 때문.

사실 왐포아 가든이 없었다면, 하버 플라자 홍콩도 상당히 애매하다.

밥을 먹기위해 셔틀을 타고 시내로 나와야 한다면 이건 좀 아니잖냐?

왐포아 가든, 그리고 그 주변의 레스토랑군은 무척 충실하다.

홍콩 프렌즈 09-10에서 강력추천(아마 차기버전에서도 유지될듯한)한 쓰촨요리집 윙라이윈,

일본계 햄버거 체인인 모스버거, 일본 라멘으로는 홍콩에서 제일 나은 축에 속하는 도몬까지 먹을곳 만발이다.

밤에 맥주한잔 하고 싶은데, 호텔 부설 bar는 부담스럽다.

그냥 슬리퍼 질질 끌고 이쪽으로 나오면 된다. 어차피 주변이 아파트 촌이라 대부분 복장도 비슷하다.

란콰이펑이나 너츠포드 테라스도 좋지만, 가끔은 홍콩 현지인들 사이에 묻히고 싶을때도 있다.

부담없이 편한 차림으로 마치 홍콩인이 된 것 같은 느낌.

어쩌면 왐포아 가든은 하버 플라자 홍콩 투숙객들을 위한 가장 훌륭한 부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제법 센스 있는 이 호텔은

투숙객들을 위해 왐포아 가든 일대의 식당, 상점에 대한 쿠폰북도 발행하고 있었다.

이 쿠폰북은 투숙객들에게만 제공되는데, 왐포아 가든 일대의 지도도 포함하고 있다.



장점

-가격은 중급이지만 뽀대는 최고급

-널찍한 객실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로비 라운지

-수중촬영이 가능한 수영장

-생각보다 편리한 셔틀버스 시스템

-현지인 놀이가 가능함


단점

-내부 내장재는 딱 그 값어치 정도. 쉽게말해 뽀대만큼 최고급 내장재는 아니란 이야기.(너무 환상 가질까봐)

-한국인 드글드글

-객실내 인터넷이 유료

-잘 커버하고 있지만 어쨋건 시 중심에서 3km떨어진 거리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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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깜장천사* 2010.05.20 17: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영장만 가보고 싶네. ㅎㅎ